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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7 18:55 수정 : 2007.12.18 09:58

사설

이런 대통령 선거가 또 있을까.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심각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물증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자격에 중대한 흠인데 선거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를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특별검사법이 투표를 이틀 앞두고 국회를 통과했다. 불가피한 결정이다.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정치적·법적 혼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재선거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내일 투표가 소용없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착잡하고 걱정스럽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더 위중한 쪽으로 번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직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특검법대로라면 특검은 내년 1월 수사를 시작해 2월25일 새 대통령 취임 직전에 기소 여부를 정하게 된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추이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당선자 신분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기소될 수도 있다. 대통령 취임 뒤에도 재판이 진행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의혹이 일부라도 확인되면 정치적 책임을 물어 당선자 사퇴나 대통령 하야 요구가 나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 후보는 비비케이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곧, 사실상의 탄핵 상황이 된다. 이쯤 되면 대통령직의 안정적 운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특검 수사에서 이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도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동영상 공개로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마당이어서 이에 대한 정치적 불복 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 ‘거짓말 후보’라는 오명은 총선을 거치면서 더 증폭될 것이다. 정당 간 격돌과 대치도 심해질 게 뻔하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이미 이 후보 쪽에서 ‘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어느 경우든 국가적 혼란이 예상된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리더십을 크게 손상받은 상태에서 취임하게 된다는 점은 장차 더 큰 걱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가 정국 타개를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한다면 압박과 반발의 악순환으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다. 또, 정치적 정당성 부족을 벌충하기 위해 경기부양 등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정책을 무리하게 편다면, 경제적 거품이나 양극화 확대 등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모두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는 이유들이다.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의혹과 거짓을 덮고 갈 수는 없다. 그렇게 하려 해서도 안 된다. 지금으로선 달리 길이 없다. 투표에서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최선이다. 정치인들에게도 올바른 행동을 요구할 때다. 정치지도자라면 눈앞의 이득보다 국가적 혼란을 피할 길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스스로 책임지고 희생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진정한 용기일 수 있다.

검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편,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 대해선 검찰에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 후보 스스로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한사코 이 후보와 비비케이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일부러 편드는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태도다. 검찰의 이런 주장은 이미 국민에게서 설득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혼란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최소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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