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7 18:56
수정 : 2007.12.17 19:11
사설
대한변호사협회가 어제 삼성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 세 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세 후보 모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다. 변협이 과연 국민이 신뢰할 만한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변협의 후보 추천은 삼성 특검법의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다. 삼성 수사를 특검에 맡긴 것은 삼성이 오래전부터 뒷돈을 줘가며 검찰 조직을 전방위로 관리해 왔다는 의혹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 세 명의 이름을 대기도 했다.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에서도 삼성이 전·현직 고위 검사들에게 불법 로비를 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은 이번 삼성 특검 후보에서 처음부터 배제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변협은 세 명의 추천 후보 모두를 검찰 고위 간부 출신으로 채웠다. 대통령은 법에 따라 세 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변협이 이런 점을 노려 일부러 검찰 간부 출신이 아닌 사람은 뺀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변협은 ‘수사 경험과 능력’을 중시해 후보를 골랐다고 한다. 특검이 직접 수사실무를 맡지 않는다는 점에서 궁색한 해명이다. 수사 핵심이 기업 비리인데 공안통으로 꼽히는 이들을 주로 추천한 것도 어색하다.
변협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나오자마자,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거론해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걱정하게 했다.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도 그런 편향된 인식이 작용했다면 심각하다.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사건 특검을 빼면 역대 특검법은 모두 변협에 특검 후보 추천을 맡겼다. 중립적인 직능단체로서 불편부당하게 일을 처리하리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번 삼성 특검 후보 추천으로 변협은 이제 그 자격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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