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8 18:39
수정 : 2007.12.18 19:49
사설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오늘 치른다. 어느 선거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이번 대선의 의미도 가볍지 않다. 새 대통령은 더 복잡해진 여건에서 새로운 발전의 길을 찾는 책임을 지게 된다. 북핵을 넘어 동북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제구실을 해야 하고, 거품과 양극화 문제를 풀면서 동시에 성장도 이뤄내야 한다.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상처받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줘야 한다. 어느 후보가 적합한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투표해야 한다.
어제까지의 선거전이 이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정책 경쟁은 실종됐고, 후보자에 대한 진지한 검증도 찾기 힘들었다. 돌아보면 이번 선거기간은 현정권에 대한 실망의 정서 속에서 비비케이(BBK) 사건을 비롯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의혹을 둘러싼 공방으로 보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투표 뒤에는 이 후보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까지 예정돼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적 불복과 재선거 주장을 비롯한 혼란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걱정하고 실망하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인지 투표율이 여느 대선보다 낮을 것 같다고 한다. 어떤 이는 결과가 뻔해 보이는 선거 양상 탓에, 또 어떤 이는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에 투표를 포기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권은 정치적 의사표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기권으로 후보들의 득표율이 실제 유권자들의 뜻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의 정확한 뜻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국민 앞에 겸허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의 득표율이 앞으로의 정치지형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 기권은 개인의 권리 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신에 따른 투표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과거 대선에선 자신의 처지나 이익과 상반된 정책을 펼 후보에게 표를 주거나, ‘될 사람 밀자’며 뜻과 다른 투표를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해는 가나 현명한 행동일 수는 없다. 무엇이 나와 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한다면 선동이나 이미지 조작에도 현혹되지 않을 터이다. 지금의 한 표가 당장은 대통령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지켜낼 것을 지켜내는 데 힘을 보태고, 장차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 한 표는 결코 사표(死票)가 아니다. 투표가 권리이자 의무인 까닭도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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