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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8 18:41 수정 : 2007.12.18 19:49

사설

어제는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1990년 12월18일 ‘이주노동자의 권리협약’을 채택한 것을 기려 유엔이 제정했다. 이 협약은 특히 시민권과 체류 자격에 근거해 권리를 보호하는 다른 인권협약과 달리,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권리를 보호해 줄 것을 강조한다.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등에 의한 어떠한 구별도 없이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50만, 이주민 100만명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 이주민들의 현실은 이 협약을 거론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가혹하고 참담하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등 갖은 차별을 겪는다. 세계 이주민의 날인 어제도 서울 동대문 등지에서 이른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이뤄져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끌려갔다. 단속 행위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하자는 게 아니다. 단속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주지나 직장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무조건 체포·연행하는 현재의 마구잡이식 단속행위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인권이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주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무부가 지난달 내놓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개정안은 단속반원들이 때와 곳을 불문하고 의심만으로 외국인들을 검문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불심검문도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소속을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검문에 앞서 단속반원의 증표 제시 의무라도 두어야 함이 마땅하다. 국가인권위도 불법 체류에 대한 단속을 벌일 때도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히할 것을 권고했다. 개정안은 또 단속반원이 불법체류자가 머무는 것으로 의심하면 어떤 사무소나 사업장에도 마음껏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개정안은 한마디로 단속행위의 효율성과 편의성만 염두에 뒀지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래선 안 된다. 이주노동자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똑같이 보편적 인권을 지닌 주체다. 유엔의 이주노동자 권리협약도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정부는 더는 그들의 인권을 합법·불법이란 법적 잣대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 왜 세계 38개국이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했는지, 아직도 이 협약의 비준을 하지 않을 명분이 있는지,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진지하게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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