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0 18:12
수정 : 2007.12.20 19:49
사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부 국정 운영의 기본 방향을 밝혔다. 내용을 보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국민이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걱정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것 같지 않다. 그 다짐과 약속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 당선자는 ‘화합 속의 변화’를 강조했다. 옳은 태도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여러 계층에 걸쳐 고른 지지를 받았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민 통합을 이뤄내기 좋은 조건이다. 반면에, 그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비비케이 사건 등 의혹이 이어지면서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런 마당에 독선과 독주는 갈등만 더하게 된다. 이 당선자가 ‘겸손’과 ‘민주적 설득’을 다짐한 건 온당한 상황 인식이라 할 만하다. 그의 말대로 발전을 향한 국민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내는 변화는 이런 자세에서만 가능하다.
그는 경제의 선진화와 함께 ‘삶의 질 선진화’,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신발전 체제’를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구체화해, 수치만의 성장이나 대기업 중심의 정책 집행, 잘사는 사람만 더 잘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선거 과정의 걱정들을 씻어내야 한다.
이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 대해 “이념 대신 실용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또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 외교를 할 것이며, 남북관계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착오적인 이념틀을 내세워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송두리째 뒤집으려는 일부 보수세력의 강경론과는 다른 태도다. 구체적인 정책과 결정 과정에서도 이런 자세를 잃지 않기 바란다.
걱정되는 대목이 없을 순 없다. 당선자는 기초질서와 법질서를 바로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도 강조했다. 이런 생각이 노동자의 파업권을 부인하고, 공권력을 사회 갈등의 해결수단으로 삼는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그가 강조한 화합과 통합은 불가능해진다. 실용을 내세워 결과만 중시한다면,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온갖 갈등이나 부작용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화합 속의 변화’와 거리가 멀다.
이 당선자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힘을 다해 일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이 기대하는 바다. 그렇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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