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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소지 있는 노 대통령 대북 발언 |
독일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동포 간담회에서 “남북 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독일 연방 하원의장을 만나서는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처럼 북한도 정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그런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민감한 부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비판 발언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들은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대북 기조가 바뀌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북한 쪽에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음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에 일리가 있다고 옹호하는 등 ‘성의’를 보였는데도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오지 않음은 물론, 남북 당국간 대화 통로조차 굳게 닫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는 북한이 움직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로도 보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를 안고 있다. 우리 잣대로 볼 때,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 태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터에, 굳이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 만일 북한에서,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동조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반발한다면 수습이 어려워진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겨 두었던 완충지대를 허무는 꼴일 수도 있다.
아무리 어렵고 화나더라도 남북 문제는 인내심을 갖고 일관되게 밀고가야 한다. 북한을 압박해 6자 회담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전략이 미국과 함께 포위망 구축에 나서는 것이란 오해를 준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남북 사이에서는 더욱 신중히 판단하고 서로 심한 자극을 삼가야 한다. 북한이 더 머뭇거리지 말고 6자 회담에 나와야 할 때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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