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1 19:17
수정 : 2007.12.21 19:17
사설
정부가 경기·충남, 대구·경북, 전북 세 지역을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기존의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과 합하면 경제자유구역이 모두 여섯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경쟁 가능한 공항·항만 지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 및 다국적 기업의 거점을 만든다는 애초 취지에 맞게 경제자유구역이 운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 지역 추가 선정도 지역안배 차원의 선심성 배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기존 구역을 고려하면 해안에 인접한 주요 시·도 가운데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경제자유구역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많은 경제자유구역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지역별 특성도 분명찮다. 황해(경기·충남) 구역은 평택·화성·아산·서산·당진 일대를, 대구·경북 구역은 대구·경산·영천·구미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기존 도시권에 경제자유구역이란 외피만 씌우는 꼴이다. 역할과 기능도 비슷하다. 대부분이 첨단 산업과 물류 기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애초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특히 황해와 새만금·군산은 인천 경제자유구역과 물류 기능이 겹칠 수밖에 없다. 첨단 산업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도시들과 도마다 들어설 혁신도시까지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첨단 산업도시만 수십 개가 들어설 지경이다.
사실 인천 경제자유구역만 해도 벅찬 상황이다. 동북아의 거점이 되는 국제도시를 만들겠다고 야심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업 투자를 끌어낼 만한 유인은 보이지 않고 주상복합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만 한창이다. 그러다 보니 외자 유치도 첨단 기업들은 땅값이 비싸 들어올 엄두를 못내고 부동산 개발 회사들만 입질을 하는 상황이다. 초고층 건물을 세우고 도시 외관만 번듯하게 만든다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좀 외진 곳이라 해도 행정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고급 인력의 공급 등 사업 여건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면 기업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경제자유구역을 양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왕에 하려면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 여기저기 지정해 놓고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 선심 행정은 끝내야 한다. 잘못하면 혁신도시처럼 부동산 투기 바람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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