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1 19:18
수정 : 2007.12.21 19:18
사설
노사정위원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합의문’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나타난 ‘대량 해고와 업무 외주화’ 등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후속 대책의 하나다. 비록 민주노총이 빠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긴 하나, 노·사·정이 함께 비정규직법 후속 대책을 처음으로 합의했다는 면에서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합의문의 첫 항은 ‘노·사·정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 처우개선 및 직업능력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다. 첫 항은 선언적 성격을 띤다지만 나머지 합의 문항들도 대체로 ‘노력한다’와 ‘강구한다’로 돼 있다.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알맹이가 부족한 추상적 수준에 그쳤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합의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업능력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전달체계 구축, 비정규직 통계 인프라 확충을 포함하고 있다. 굳이 어렵게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며, 필요한 것이긴 하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과도 거리가 멀다.
그나마 알맹이 있는 방안은, 중소기업주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촉진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노사 양쪽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규직 전환에 앞서 컨설팅을 의뢰하거나 노동자 교육 및 훈련을 할 경우 등에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다. 얼마나 지원할지는 모르나 획기적 지원이 아니라면 효과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번 합의문 어디에도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나타난 해고나 외주화 양상, 차별금지 조항 회피 등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는 건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핵심을 비켜갈 순 없다.
당장 내년이 걱정이다. 내년 7월부터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은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만도 43만명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곳곳에서 해고나 외주화가 회오리처럼 일 수도 있다. 노사정이 후속 대책 마련 때 외주화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노사정은 향후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을 짚어 더 적극적이며 실질적인 합의에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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