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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업에 주어진 마지막 10년 |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벌인 쌀협상 결과를 세계무역기구(WTO)가 공식적으로 인증함에 따라 이제 국회 비준동의 절차만 남겨놓게 됐다. 협상 결과는 앞으로 10년 동안 관세화 유예와 의무수입 물량 증량, 외국산 쌀 시판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쌀시장 개방 확대에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이 매우 거셌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 동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듯하다.
특히 중국 등 협상 상대국에 쌀 이외 다른 농산물의 검역절차를 허용하는 등의 양보를 한 것으로 드러나 농민들을 더욱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검역절차 허용은 사실상 수입절차가 시작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관세화 유예의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해 다른 분야를 양보하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농림부는 중국이 쌀 협상 이전부터 사과·배·양버찌(체리) 등의 검역절차 개시를 요구해 왔고, 또 수입 허용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가 결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어떤 경우라도 투명하게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정부의 공신력이 상처를 입었다. 마땅히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 비준 과정에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비준을 거부하면 결국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비준 과정은 협상 자체보다는 앞으로 우리 농업을 살릴 정책과 비전, 실천·실행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쌀시장 개방 확대가 몰고올 농가소득 감소와 농업 생산기반 붕괴를 어떻게 막아내고, 피폐한 농촌공동체를 재건·부활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농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촌·농업에 60조원이 넘는 거금을 쏟아붓고도 구조조정에 실패했다. ‘잃어버린 10년’인 셈이다. 앞으로 10년은 우리 농업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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