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4 18:46
수정 : 2007.12.24 20:36
사설
대통령 임기말 특별사면이 곧 발표될 모양이다. 기업인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옛 정치인을 중심으로 100여명이 대상이라고 한다. 사면 작업을 주도하는 청와대는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며, 전임 대통령들이 모두 임기말 특별사면을 단행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사면권이 대통령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이라고 더는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사면법은 제정 50년 만인 지난 11월 말, 새로 만들어질 사면심사위의 심사를 거쳐야 특별사면 등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절차적 통제를 강화해 사면권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이 법의 개정 사유에도 “사면권은 국가원수로서의 통치권 행사이긴 하지만 국가 사법작용에 대한 예외적 조처이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돼 있다. 개정 사면법은 12월21일 노 대통령에 의해 공포돼 내년 3월 시행된다. 개정 취지를 존중한다면 전례를 들이대 사면권을 마구 행사하려 할 일이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 사면권의 제한은 여러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이명박 당선자가 사면권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고, 정동영·문국현 후보도 사면권 제한을 주장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사면을 단행하면서 안희정·여택수·신계륜·강금원씨 등 측근이나 가까운 기업인들을 끼워넣는 바람에 비판 여론을 자초한 탓으로 봐야 한다. 이번에 또 측근이나 가까운 기업인들을 사면한다면, 노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도덕적 해이도 걱정된다. 지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인들은 대부분 불법 정치자금 제공, 분식회계, 탈세 등을 저지른 부패사범이다. 이미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눈총을 받은 이들에게 사면이라는 면죄부까지 안긴다면, 투명한 경영은 그만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 사법 정의가 또다시 무너지는 모습에 국민들도 허탈해할 것이다. 이런데도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시민단체 집계로, 현재 구금 중인 양심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688명을 비롯해 모두 764명에 이른다. 지난 5년 동안 국가보안법 구속자는 150여명, 구속 노동자는 1천명을 넘는다. 노 대통령은 측근을 챙기는 대신 이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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