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5 18:45
수정 : 2007.12.25 19:41
사설
보건복지부가 내일 장기요양위원회를 열어 내년 7월부터 시행하는 노인 장기요양 보험의 보험료와 수가 수준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위원회가 정부 입김으로 좌우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위원회는 가입자·공급자 등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 아래 보험료율, 각종 요양비, 간병비 지급기준 등을 심의한다.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차관과 함께 민주노총 등 가입자, 대한병원협회 등 공급자, 공익 대표에서 각 7명씩 모두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는 균형을 갖춘듯 보이나 공익대표를 들여다보면 사회적 합의기구란 성격이 무색하다. 말이 공익이지 일곱 중 여섯이 복지부·재경부·기획예산처 등 정부부처 공무원과 정부 산하기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벌써부터 위원회의 의사결정에 대한 가입자와 공급자 단체는 물론 시민단체의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제도의 핵심인 서비스 공급을 ‘민간시장’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모든 국민이 강제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필요할 때 요양 서비스를 받게 되는 공적보험이다. 그런데 서비스 공급은 철저히 노인병원 등 민간 요양기관들이 하도록 짜였다. 민간 요양기관은 본디 영리를 위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다. 혹 이런 상황이 피보험자인 요양환자들을 이윤추구 대상으로 전락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 재정부담을 내세워 기껏 전체 노인의 3%인 16만명의 중증노인들만 서비스 대상으로 하는 점도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당장 요양이 필요한 노인이 전체의 12%라는 게 연구기관의 추정이다. 따라서 보험료는 내는데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입자들의 원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칫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요양시설 부족과 낮은 서비스 질도 많이 지적돼 왔다. 여기에다 요양보험에서 책임지지 않는 비용도 적지 않아 요양환자들이 실제 치르는 본인부담은 턱없이 커지게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복지부는 지금 보험료와 수가를 결정하겠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이 제도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점검을 먼저 하는 게 순서다. 본인부담 수준, 혜택의 범위, 수혜 대상자의 수준, 국공립 요양시설의 확충 등에 대한 좀더 신뢰할 만한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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