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6 18:39
수정 : 2007.12.26 21:31
사설
어제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공포하기로 의결했다. 위헌 시비와 국민통합 논리를 앞세워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국민의 관심사는 특검이 어느 정치세력에게 더 이로우냐가 아니라, 진실이 무엇이냐다.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을 대통령이 휴지로 만들었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특검 도입은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가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 “(내가) 비비케이를 설립했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옛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나오자 부실 수사란 비판은 더욱 커졌다. 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 검토를 지시했고, 이 당선자도 투표를 이틀 앞두고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특검법은 그 결과물인데, 선거에서 이겼다고 한나라당이 이를 다시 물리라고 요구한 것은 비겁한 일이었다. 위헌 논란은 이제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맡기고 특검은 법대로 진행할 일이다.
임명될 특별검사에게 맡겨진 짐은 무겁다. 무엇보다 검찰이 얼버무리고 넘어간 부분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밝혀야 할 책무가 크다. 이 당선자가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스스로 말한 기록이 여럿이고, 비비케이 투자 유치에 큰 구실을 했다는 정황도 있다. 특검은 이 당선자와 김경준씨가 어떤 내용으로 어디까지 동업을 했는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한글판 이면계약서가 만들어진 경위, 영문판 이면계약서를 비롯해 두 사람 사이에 이뤄진 복잡한 계약이 무얼 뜻하는지도 속 시원히 밝혀야 한다. 검찰이 제3자의 것이라고 언급한 도곡동 땅 이상은씨 지분의 실제 주인과, 도곡동 땅 매각자금 일부가 ㈜다스의 유상증자 대금 등으로 흘러들어간 과정도 의혹이 남지 않게 수사해야 한다.
특검 앞에 놓인 상황은 물론 녹록지 않다. 대통령 당선자를 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정치적 계산 없이 떳떳하게 수사한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수사에 불신이 남지 않게 하려면, 이 당선자도 이참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치권도 특검에 압력이 될 수 있는 행동과 발언을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특검 수사로도 의혹을 다 풀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또다시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점을 두루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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