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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6 18:40 수정 : 2007.12.26 21:30

사설

태안의 재앙은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다. 원인은 사소했지만 그 결과는 파국적이었다. 1만2547㎘의 기름이 약 150Km의 해안을 뒤덮었다. 하지만 재앙을 극복하려는 선의도 빛났다. 3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은, 비록 제한된 지역이지만 아름다운 해안선을 되살려내고 있다.

온국민의 시선이 오염과 방제에 쏠린 사이, 사고 선박 관계자들은 항해일지 조작 등 책임 회피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때의 엉터리 복구·징벌·보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당국이 서둘러 생태계 회생 및 피해보상 등 사고처리 원칙을 정립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양오염 피해는 지역주민과 생태계를 떼서 생각할 수 없다. 주민의 경제생활은 생태계 회생에 달렸기 때문이다. 수산물의 생산과 가공·유통, 그리고 관광산업 등은 생물군집의 구성·크기·건강도·생산성·기능 등 해양 생태계의 원상 회복에 비례하는 것이다. 생태계 회생엔 장기간이 걸린다. 피해 산정에 당장의 지역주민 피해 이외에 생태계의 회생에 필요한 오랜 시간과 비용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그러자면 생태계 피해를 과학적으로 파악해 회생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시간에 따른 회생 정도도 예측·평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1995년 시프린스호 사건 때 정부나 지에스칼텍스는 이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도 해안과 바닷속엔 막대한 양의 기름이 남아, 유독성 물질로 해양생물에 만성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미국에선 액슨 발데즈호 기름유출 사고(1989년)에 대해 5년 뒤 장기적 생태계 회생작업을 지시했고, 2조원의 비용은 액슨에게 부담시켰다. 물론 지금도 생태계는 복구되지 않았다. 정부와 별도로 법원은 주민에 대한 직접 보상비 2500억원 이외에, 징벌적 과실 벌과금으로 정유회사 1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5조원을 부과했다.

오염자 부담 원칙은 1970년대부터 환경정책의 기본이 됐다. 실효성 효율성 도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이제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삼성중공업 등의 책임을 가려내, 생태계 회생비용과 지역주민 보상 책임을 모두 지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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