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6 18:41
수정 : 2007.12.26 21:31
사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충돌로 대규모 해양오염이 발생한 지 불과 18일 만에 다시 치명적인 화학물질을 실은 배가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질산 2천t을 싣고 대만으로 가던 배가 기상악화로 순식간에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질산 유출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바다가 원유와 화학물질에 언제든지 쉽게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어서 경각심을 갖게 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자체 소비를 위한 원유 수입 외에도 원유 가공을 통해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석유화학 제품 물량이 많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규모가 세계 5위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바다를 통해 오가는 원유와 화학물질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안전관리는 소홀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그치질 않는다. 지난해 발생한 해양사고는 모두 657건이며, 충돌·전복·침몰·화재폭발·좌초 등 심각한 인명 피해나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사고만 해도 315건에 이른다. 연간 한두 건에 불과하던 해양오염 사고도 지난해 다섯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바다는 수평선만 보이는 평화로운 공간이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길이 있고 운항규칙이 있다. 광양·거제·통영 앞바다처럼 사고가 잘 나는 혼잡구역도 있다.
사소한 어선 사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스턴 브라이트호가 여수 앞바다에서 침몰한 25일에도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저인망어선이 좌초했으며, 제주 한경면 앞바다에서는 통발어선 한 척이 기관고장으로 표류했다. 전날 부산 사하구 목도 인근에서는 소형 멸치잡이 배가 침몰해 선원 두 명이 숨졌다. 비록 작은 어선들이지만 혼잡한 구역에서는 언제든 화물선과 충돌할 수 있다. 운이 나쁘면 해양오염이라는 2차 피해를 불러오게 된다.
삼면이 바다인 조건에서 해양 안전은 한시도 뒤로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중국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사고 횟수가 늘어나고 사고 자체도 갈수록 대형화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사고 가운데 63%가 법령을 지키지 않았거나 항해원칙 미준수로 발생한다. 안전관리만 강화하면 대부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사고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그치지 말고 해양안전에 대한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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