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7 19:10
수정 : 2007.12.27 19:10
사설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지난해 3월 이래 거의 22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고속철도 여승무원 고용 문제의 책임있는 당사자가 코레일이란 사실을 분명히한 것으로, 의미있는 판결이다. 이를 계기로 여승무원 고용 문제의 실마리가 잡히고, 이른 시일 안에 풀리길 바란다.
‘실사용자’ 여부는 여승무원과 코레일이 근본적으로 대립해 온 사안이다. “실사용자가 코레일이니 직접 고용하라”는 여승무원들의 요구에, 사용자 쪽은 그동안 “철도유통에 업무를 위탁했으므로 여승무원들의 사용자는 코레일이 아니라 철도유통”이란 태도를 지켜 왔다. 노사교섭에 소극적으로 임해 온 사용자 쪽 태도는 이런 견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 또한 “코레일과 케이티엑스 여승무원의 고용관계는 불법파견이 아닌 적법도급”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말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용자 쪽과 정부의 이런 태도에 이번 판결은 쐐기를 박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수당 등을 받아, 공사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 의미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이 어제 보도자료를 내어 “노동부가 적법도급 판단을 내린바 있고, (이번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힌 점은 유감이다. 사법부의 판단을 폄하하면서까지 기존 태도를 고집하는 건 지나친 떼쓰기로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사용자란 판단을 넘어 코레일이 사실상 불법파견 형태로 여승무원들을 고용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여승무원들이 공사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쟁의행위 목적은 정당하며, 철도공사가 위장도급을 통해 근로자 보호를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탈법행위로 볼 수 있다”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번 판결은 코레일이 더는 여승무원 고용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할 명분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코레일은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는 게 순리임을 알아야 한다. 직접고용으로 해결하면 더할 나위없다. 노동부 또한 이번 판결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섣부른 ‘적법도급’ 결론이 혹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은 아니었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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