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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9:11 수정 : 2007.12.27 19:11

사설

‘검찰이 형을 가볍게 해주겠다며 거짓 진술을 하라고 회유했다’는 김경준씨의 메모가 유출된 경위를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한다. 김씨가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말을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김정술 변호사에게는 소환통보를 했다. 검찰은 또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과 관련해, 김씨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 함께 수감됐다가 먼저 국내로 들어온 신아무개씨에게 여권 인사가 무료 변론을 제의한 경위도 조사한다고 한다.

범죄 혐의가 있을 때 검찰은 수사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김씨 메모 유출 사건이나 기획입국설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원칙 하나로 모든 수사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도 잘 알 것이다.

김씨의 메모에 담긴 내용은 검찰 조직의 명예와 깊은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억울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권을 가졌다고 직접 수사해서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월권행위로 비칠 뿐이다. 더욱이 비비케이(BBK) 사건 수사팀이 이를 수사해서는 수사 결과에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소액주주들의 진정이 있었으므로 김 변호사의 발언 경위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어 고발한 것도 아닌, 막연한 진정을 내세워 김 변호사를 소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일이다.

검찰이 메모가 유출된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도 꼭 지금 해야 하는지는 더욱 의문이다. 검찰은 비비케이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국 특별검사가 도입됐다.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은 김씨의 메모 내용이 사실인지를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으로 해놓았다. 특검이 이를 밝힐 것이다. 검찰은 떳떳하다면 특검의 수사 결과를 기다렸다가 메모 유출 경위를 조사해도 늦지 않다.

검찰은 ‘기획입국설’에 대한 수사도 한나라당의 수사 의뢰에 따라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 해명한다. 하지만 어떤 위법이 있었는지 윤곽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료변론을 맡았다고 변호사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이다. 어차피 진실은 다 밝혀야 하지만, 검찰이 지금 나서는 것은 특검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오해를 부를 뿐이다. 검찰은 뒷골목을 걷지 말고, 큰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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