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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9:11 수정 : 2008.01.03 02:29

사설

지난 몇 해 동안 연말이면 어김없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이 자이툰 부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이다. 대통령은 10월께 파병연장 방침을 국민에게 ‘통고’하고, 이후 국회는 미적대다가 연말에 다른 안건과 함께 전격적으로 동의안을 처리한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임무종결 약속까지 어기고 파병 연장을 강행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이제는 파병연장을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조차 식상하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결국 미국에 파병 동맹국 수를 유지해준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대부분 나라가 이라크에서 철군했거나 철군 중인 상황에서 그나마 자이툰 부대라도 현지에 있어줘야 미국 체면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것은 뭘까? 아무것도 없다. 북한 핵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을 뿐이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파병연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은 철군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 정부가 우리 기업에 원유 수출 중단을 위협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파병연장이 이라크내 사업 기회 확대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허구다.

반면 잃는 것은 많다. 이미 중동 지역의 민심을 잃었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와 김선일씨 살해 사건 등 지난 몇 해 동안 중동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모두 파병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다. 중동은 우리나라가 석유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전략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엄청난 국익 손실이다. ‘미국의 불법적인 이라크 침공과 점령에 끝까지 동참한 나라’라는 평판이 한국 외교의 토대를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래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세계 13위권이라 하더라도 국제정치에선 난쟁이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는 왜 떳떳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외정책을 펴지 못하고 낡고 왜곡된 틀 속에 머물러야 하는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다. 그보다는 자이툰 부대가 철군함으로써 미국의 잘못된 이라크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이제 국회가 판단할 때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기존의 파병연장 반대 당론을 분명하게 지키고, 한나라당 의원들 또한 새로운 보수에 걸맞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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