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8 18:45
수정 : 2007.12.28 18:45
사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첫 행보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재벌기업 회장단을 만났다. 그는 “차기 정부가 친기업적인 정부가 될 것”이라며 “마음 놓고 기업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규제를 풀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데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명목으로 재벌의 부정과 불법에 눈을 감거나 기업 편향적인 노사관계를 고착시키고자 한다면 안 될 말이다. 그것은 나라 경제를 살리는 일이 아니며 이 당선자가 말하는 ‘선진화’의 길도 아니다.
최근 삼성 비자금 사태에서 보듯이 아직도 많은 재벌들이 분식회계 등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계열사끼리 순환출자를 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키우고,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기업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있다. 대다수 주주와 건전한 투자자를 희생시키고, 나라의 곳간을 빼먹는 짓이다.
이런 것들까지 감싸는 게 기업을 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당선자가 강조했듯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법 질서를 지키려 한다면 재벌의 부정과 불법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또 재벌 기업의 잘못은 외면하고 노조의 불법 파업만 문제삼는다면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균형 잡힌 태도라 할 수 없다. 스스로를 재벌의 대변인으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이 당선자는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민관합동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재벌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수용할 것과 말 것은 분명히 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선진화는 물론 투자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차기 정부는 소수 재벌 기업만 살찌우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키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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