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3 19:16
수정 : 2008.01.03 19:16
사설
편입학 청탁과 함께 학부모한테 2억원을 받은 연세대 정창영 전 총장의 부인 최윤희씨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을 할 법률 조항을 찾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누가 봐도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론이다. 앞으로는 그런 일을 맘놓고 해도 된다고 검찰이 공식화하는 꼴이다.
검찰은 최씨가 공무원이 아닌데다, 편입학은 공무원 업무가 아니라서 뇌물죄나 알선수재죄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씨의 행위가 ‘사기’도 아니고 ‘업무방해’도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씨는 총장 부인으로서 편입에 영향을 끼칠 능력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그렇다면 돈을 받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경우라면 사기에 해당할 것이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할 것이다. 정 전 총장이 사퇴한 것으로 검찰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다. 법에 허점이 있는지는 기소를 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본 뒤 판단해도 될 것이다.
교육부는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수도권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벌여, 65건의 불법·부정의혹을 적발한 바 있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런 마당에 총장 부인이 돈을 받아도 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가 대학 자율권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은 더 걱정을 키운다. 대학의 도덕성이 이 지경인데, 여기에서 자율권을 더 늘리면 대학입시마저 돈에 휘둘릴 것은 불보듯 뻔하다. 대학이든 정부든 자율권 확대를 말하기 전에, 비리를 막을 장치를 확실히 하고,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이참에 국회는 학교의 입학 사정과 관련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자가 누구든 엄하게 처벌하는 법조항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반인 사이의 돈거래는 부도덕한 일이라도 형사처벌하는 데는 신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학교의 학생선발은 민간회사의 채용 업무와는 성격이 다르다. 공적 성격이 매우 짙고,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그 생명이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마찬가지다. 금융회사의 직원은 민간인이지만, 돈을 받고 대출 등을 알선한 경우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로 엄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는 것처럼, 학교의 학생선발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람도 엄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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