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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3 19:17 수정 : 2008.01.03 19:17

사설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국제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기는 사상 처음이다. 종가가 99.62달러로 마감됐지만 100달러 시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유가 100달러 시대는 큰 위협 요인이다. 벌써 원유 수입에 따른 외화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고유가 부담으로 5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물가상승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용경색 여파로 소비가 주는 상황에서 원유값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다. 중국도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구체화하고 있다. 견실한 경제 구조를 자랑하는 싱가포르도 경기후퇴와 인플레 압력으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들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유류세를 조금 내려서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구조 개편 등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경제의 침체에 대비한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올해 6%의 경제성장을 약속했지만 사실 5%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경기부양책을 쓰다가는 오히려 더 큰 거품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경제 운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나라들에 든다. 고유가 상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경제구조 개편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고유가 시대를 버텨내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그나마 버티는 것은 많은 나라들이 1, 2차 석유위기 이후 에너지 소비 감축과 효율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우리도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꾸는 장기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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