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이나 바코드 증명서가 급식 학생을 가려내는 데 미흡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급식비를 안 내고도 다른 사람의 것을 빌려 부정하게 쓰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학생증을 잃어버린 학생도 불편을 겪는다. 그렇다고 지문을 등록하게 한 것은 지나치게 운영의 편의만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특정인 식별이 필요한 모든 곳에 개인 고유의 생체정보를 등록하게 해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급식소 쪽은 한 대에 700만원 하는 지문인식기가 금세 본전을 뽑아줄 것이라는 계산만 했지, 학생들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았다.
관리·감독을 맡은 학교 쪽의 태도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학생에게 지문을 찍도록 했다고 한다. 일부 동의를 받은 경우도 학부모들이 문제를 충분히 인식했다고 믿기 어렵다. 14개 학교가 모두 같은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는 것도 미심쩍다.
개인의 생체정보는 누구도 함부로 등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잘못 사용될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다. 상업적 목적의 지문인식기 설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한 대학교 기숙사 식당이 카드분실로 인한 문제를 없앤다며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적이 있다. 학생들의 반발과 인권단체들의 요구로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학교 쪽이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문인식기를 스스로 철거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인의 생체정보 이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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