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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6 18:35 수정 : 2008.01.06 18:35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제 핵심 재벌정책 중 하나인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 폐지 방침을 분명히했다. 출총제란 일정한 자산 기준을 넘는 재벌 계열사는 순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게 한 제도다. 계열사를 이용한 재벌 총수들의 지배력 강화와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구실을 해 왔다. 이런 제도가 보완책 없이 폐지된다면 재벌체제는 한층 더 강고해질 게다. 출총제가 항구적으로 지켜야 할 제도는 아니라 해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나 경영체제가 아직은 충분히 투명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인수위의 출총제 폐지 논거는 천진하다고 할 정도로 단순하다. “출총제는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다 선진국에 없는 제도”여서라는데, 재벌 주장의 판박이다. 우선 재벌이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것부터 근거가 희박하다. 출총제가 폐지됐다가 부활한 2001년 이후에 투자가 더 활발했던 게 이를 방증한다. 출총제 적용 대상 주요 재벌의 출자 여력을 봐도 수조원에서 많게는 십조원이 넘는다. 출총제에 막혀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다. 선진국을 들먹이지만, 선진국엔 한국과 같은 재벌이 없으니 출총제가 있을 이유가 없다.

출총제가 정책 목표에 견줘 너무 포괄적이라면 순환출자 금지 등 정책 목표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한 뒤 없앨 일이다. 그런 것도 없이 폐지하면 금산분리 완화와 함께 재벌한테 새로 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 인수위도 “시장의 자율 감시 체계에 필요한 사항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긴 했다. 보완책을 말하는 듯하나, 그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이 해온 말로 미루어 출총제 폐지를 위한 명분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공정위의 기능을 경제력 집중 억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에서도 이런 흐름은 여실히 읽힌다.

인수위는 출총제 폐지 방침은 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누차 밝힌 만큼 정치적으로 심판이 끝난 문제라고도 주장했는데, 지나친 해석이다. 국민들이 이 당선인을 지지했다고 해서 공약 하나 하나를 모두 지지했다고 해석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공정위는 업무보고에서 “현재 상태에선 대안 없이 폐지할 경우 우려가 많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수위는 마냥 밀어붙일 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논의를 하고 귀를 더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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