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7 18:39
수정 : 2008.01.07 18:39
사설
어제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비비케이(BBK) 사건 연루 의혹 등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정호영 전 서울고등법원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수사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헌법재판소는 당선인의 형 이상은씨 등이 ‘특검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서둘러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다. 헌재가 가처분신청만 받아들여도 특검 수사는 사실상 무산된다. 그런 가운데 법무부가 ‘이명박 특검법’에 위헌 소지가 많다는 의견을 어제 낸 것은 헌재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줄 듯하다.
법무부는 “심판기관인 대법원장이 소추기관인 특검을 추천하게 했으며, 영장 없이 참고인을 강제구인하게 한 것 등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법리 논란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정부 부처인 법무부가 딱부러진 견해를 밝힌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고등법원 판사가 특별검사를 제청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한 전례가 있다. 동행명령은 시행 중인 삼성특검법에도 들어있는 조항이다. 어제 낸 의견대로라면, 법무부는 지난날 ‘위헌’적인 특검법에 계속 침묵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법무부가 ‘이명박 특검법’에 의견을 낼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검 도입은 부실한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이었다. 법무부도 이를 인정하고 특검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정성진 장관은 특검법을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은)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서 비롯된 법인 만큼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통령의 법률 공포에 사실상 동의한 바 있다. 그래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애초 수사를 했던 검찰 처지로 돌아가 ‘위헌’ 의견을 낸 것은 눈치 빠른 권력 줄서기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법무부가 자신을 검찰부로 끌어내린 꼴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