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7 18:40
수정 : 2008.01.07 23:17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통상부에 흡수시키는 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결국 통일부 존치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지만, 곧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통일이라는 국가 목표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고 돼 있다. 통일부는 헌법 정신에 따라 1969년 만들어져, 남북이 함께 관련된 국가 과제를 추진해 왔다. 남북 사이 사회·문화 교류 심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 경제공동체 형성, 분단 상처 치유와 통일 기반 조성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안과 관련된 정책은 일차적으로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통일 의지로 규정된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른 외교 사안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통일부 폐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분단국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한 반통일적 태도다.
인수위의 그간 활동을 보면, 참여정부와의 정책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설익은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특히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서 이런 행태는 금물이다. 정책 연속성을 무너뜨리고 국익을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새 정권의 입지까지도 위축시킬 수 있다. 통일부 폐지나 조직 축소가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남북관계는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남북 정상선언 이행에 제동을 거는 듯한 인수위 쪽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대북 정책은 아직 뼈대도 제대로 짜여져 있지 않다. 섣부르게 기존 틀을 흔들려 할 게 아니라 충실한 현황 파악을 기초로 토대부터 튼튼하게 세워야 할 때다. 대북 정책은 이 당선인이 내세운 실용주의가 잘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정책과 조직에서 두루 통일 지향 의지를 분명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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