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1.08 19:18 수정 : 2008.01.14 10:31

사설

한국 사회엔 3대 ‘패밀리’가 있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려대 교우회가 그것이다. 굳이 서양 마피아에나 어울리는 ‘패밀리’ 호칭을 쓰는 이유는 결속력, 목표의식, 실행력이 다른 집단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한국에서 패밀리의 원조는 티케이(대구·경북)라고 해야 할 것이다. 티케이는 경부축 중심의 개발 과정에서 경제적 부를 쌓았고, 박정희 쿠데타 이래 3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정치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호남향우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 결속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티케이와 비교된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된 호남인들이 살아남고자, 혹은 최소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속이라는 점에선, 지배블록 티케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병전우회도 사실 결속력만 강할 뿐 다른 패밀리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을 움직이는 건 정치·경제적 동인이 아니다. 이들을 묶어주는 건 험한 군 경험뿐이다.

그런 점에서 티케이와 가장 닮은 건 고대 교우회다. 다른 대학은 동창회 혹은 동문회라고 하지만, 고대는 특별히 교우회라는 이름을 쓴다. ‘같은 학교의 우애 있는 친구’라는 뜻이다. 단순한 동문이 아니라 형제급 동문인 것이다. 그러니 결속력은 강할 수밖에. 게다가 고대 출신은 대한민국 3대 학벌을 형성하고 있다.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웬만한 회사에도 고대 교우회가 꾸려져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막강 권력인맥이 형제급의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패거리로선 전성기의 티케이가 부럽지않다.

그럼에도 고대 교우회는 권력을 계속 더 확대하려 한다. 더 많은 명망가를 확충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각종 행사를 통해 결속을 도모하고, 그 인맥을 통해 교우의 출세를 돕는다. 6개월짜리 최고위 과정만 밟아도 교우로 인정하는 건 그 일환이다. 자연자원 정책과정을 수료했을 뿐인 심형래씨는 ‘세계로 뻗어가는 자랑스런 심 교우’다.

그런 고대 교우회가 이명박 교우의 당선 이후 ‘승리의 새벽’을 구가하고 있다. 창립 100돌을 맞아 펴낸 교우회 100년사에 실린, ‘명’비어천가는 압권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은 한 오라기 지성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다. 광신적 찬양과 선동이 넘치던 그 자리의 주인공은 이 당선인이었다.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그가 느낀 건 자부심일까 두려움일까.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