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08 19:19
수정 : 2008.01.08 19:19
사설
마흔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경기도 이천에서 또 일어났다. 현장에서 일하던 57명 가운데 겨우 17명만 살아남은 끔찍한 사고였다. 희생자 가운데는 아버지의 나라에 돈 벌러 온 재중동포 15명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번 사고도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0년 전 부산에서 거의 비슷한 냉동창고 화재로 2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난 적이 있는데, 공사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고쳐진 게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경찰은 지난해 말 우레탄폼 발포작업을 하면서 생긴 가연성 기름증기가 건물 안에 차 있다가 어디선가 불꽃이 옮겨붙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아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창고 안에는 다른 인화성 물질도 많았다니, 관리자와 일꾼들의 안전의식 부재는 한심할 정도다.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법규만 지켰어도 참사는 없었을지 모른다. 이 정도 공사라면, 공사 원청업체는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를 선정해 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일감을 맡은 하청업체들이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채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것을 막으려면 작업 전반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 까닭이다. 실제로 공사업체는 며칠 안남은 영업 예정일을 앞두고 냉동설비와 파이프 보온, 전기설비 작업 등을 한꺼번에 진행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업체는 안전 책임자를 신고하지 않았고, 당국의 감독도 받지 않았다.
당국의 소방점검도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 넓이가 축구장의 세 배나 되는 냉동창고인데도 드나들 수 있는 문은 앞 뒤 한 곳씩 밖에 없었다. 창문이나 환기구도 변변치 않았다. 건물 안은 칸막이로 몇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불이 나면 대피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불이 났는데도 화재 경보는 없었고 폭발이 일어나자 스프링클러는 곧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이런 시설에 소방필증이 나온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큰 사고가 일어나면 잠시 긴장을 하다, 사고가 잊혀질 만하면 다시 안전불감증이 도지는 게 우리 공사 현장의 현주소다. 이번만은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사고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사고를 부르는 공사현장의 ‘대충 대충’ 문화를 뜯어고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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