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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9 19:05 수정 : 2008.01.09 19:05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부처별 업무보고를 다 들었다. 인수위는 이를 토대로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국정운영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에 즈음해 ‘섬기는 정부’라는 측면에서 국정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인수위 활동이 겸손하고 신중하게 섬기는 자세였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인수위는 말뜻 그대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정부로부터 업무를 인수받는 게 본연의 목적이다. 현황 파악이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는 듣기보다 말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오죽하면 한나라당까지 인수위에 신중한 자세와 본연의 활동에 좀더 집중할 것을 권했겠는가.

인수위가 공무원들에게 자신들의 틀에 맞추도록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다. 부처별 보고에 공약이행 방안을 넣도록 한 데 더해,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 보고에 대해 거듭 수정을 요구한 일도 여럿이다. 몇몇 부처는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정책을 인수위 입맛에 맞게 ‘알아서’ 바꾸기도 했다. ‘길들이기’ 결과라고 봐도 그르지 않을 게다.

이런 식의 몰아붙이기가 계속되면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합의된 중요한 가치들까지 위협받게 된다. 어제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통화정책도 큰틀에서 정부 경제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한은에 대한 정부의 간섭 가능성을 내비친 게 그런 것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이런 인식은,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이미 그 위험성이 확인된 터다. 인수위가 쏟아낸 많은 ‘친대기업적 정책’들도 규제의 완화나 폐지만 있을 뿐 부작용을 막을 대안은 없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이는 외환위기까지 겪은 우리 경제의 쓰라린 경험과 교훈을 외면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기업윤리’도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다.

새 정부가 차별성을 드러내겠다며 모든 정책에서 현정부와 반대 방향으로만 가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정책이 필요했던 현실을 외면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치는 게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리도 없다. 지금까지의 인수위 활동을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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