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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9 19:06 수정 : 2008.01.09 19:06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 정비, 신문 지원기관의 통합 등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자 재벌·족벌 언론으로 일컬어지던 몇몇 신문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나섰다. 신문법을 없애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2005년 신문법 제정 때 앞장선 문화관광부의 간부들이 인수위에 이 법 폐지를 보고한 것은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서 어쩔 수 없었는지 모른다. 새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럼으로써 초래되는 정책 왜곡과 공익 손상이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여야 합의로 신문법을 통과시킨 뒤 대선을 앞두고 태도를 바꾼 한나라당에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은 그러잖아도 심각한 여론 독과점을 더 심화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인수위 주변에서는 보도전문 또는 종합편성 케이블 방송에 대한 신문업체의 진출을 우선 허용하되 결국 공중파 방송도 개방할 거라는 얘기가 나돈다. 그동안 친한나라당 논조를 펴 온 몇몇 재벌·족벌 언론으로서는 숙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오는 셈이다. 신문법 폐지 추진은 이들 신문이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데 대한 보은이자 앞으로 새 정부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당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문법은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신장하고 신문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폐지할 게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할 법률이다. 그간 이 법의 실효성이 미흡했던 것은 법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몇몇 재벌언론, 족벌언론이 법 이행을 공공연하게 무시한 탓이 크다. 신문·방송 겸영 금지는 헌법재판소도 합헌으로 판정했다.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등 일부 조항은 보완하면 그만이다.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언론의 공공적 측면과 더불어 미디어 업계의 경제적 역할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기능 강화란 명목으로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약화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신문업계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구축된 독과점 구조가 그대로 온존돼 여론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새 정부는 신문법 폐지를 거론하기에 앞서 잘못된 기존 질서를 바로잡을 근본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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