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1 19:12
수정 : 2008.01.11 19:12
사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새 대표는 어제 취임식에서 ‘재창당하는 각오’와 ‘새로운 진보’를 다짐했다. 국민 생활을 돌보는 정당, 중도적 가치와 실용적 정신이 반영되는 진보를 추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노선·정책·정치 문화와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옳은 방향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옛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통합신당으로 이어지는 정치세력은 지금 칼날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혁명적인 변화와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냉담해진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는, 절박한 처지다. 계파나 기득권 따위를 감히 입에 담을 때가 아니다.
통합신당에게 ‘변화’는 다른 무엇보다 앞세워야 할 가치다. 정당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그래서 능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어떤 낭패를 보는지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가 웅변한다. 민생에 직접 와닿는 정책 없이, 과거의 구호나 해묵은 정치공학만으론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도 확인됐다. 통합신당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는 이런 반성에 터잡은 것이어야 한다.
통합신당의 변화와 쇄신이 그들만의 문제에 그칠 수도 없다. 통합신당으로까지 이어진 정치세력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사분오열까지 되면, 석 달 뒤 총선에선 자칫 이명박 정권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 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의 양당제를 전제로 한 헌정 체제 곳곳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통합신당은 과거에 연연하는 대신 국민의 질타를 잘 살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는 곧 정치 발전의 바람직한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통합신당이 지금의 다짐과 달리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 따위를 놓고 지분을 다투거나 기득권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변화와 쇄신의 언사는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크게 다를 게 없는 이념을 내세워 당의 갈 길을 놓고 드잡이를 하는 것도 국민의 외면을 받는 지름길이다. 분열은 더 위험하다. 이미 실망한 국민은 그리 오래 망설이지 않을 게다. 그렇게 되면 신당은 스스로 도태돼,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그 구실을 넘겨야 하게 된다. 기회와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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