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1 19:12
수정 : 2008.01.11 19:12
사설
노동부가 벌인 지하철 역사 노동자의 석면 노출 건강영향 평가 결과, 대상자의 30% 가까이가 이상 소견이 나왔다고 한다. 두 전문의가 모두 유소견으로 판정한 흉막 이상자만도 11.7%에 달했다. 오래 전부터 우려했던 지하철의 석면 피해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상 소견이 전적으로 석면 때문인지를 가리려면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10% 안팎인 일반인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상 소견은 역사 안 공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상 소견이 높게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조사 결과 역사의 천장 패널과 환기 덕트에서 집중적으로 많은 석면이 검출됐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가루로 떨어져나온 석면이 미세먼지와 함께 보이지 않는 곳곳에 쌓여있다는 얘기다. 지하철 역사의 쓰레기 처리 방식도 문제다. 쓰레기통 안의 것들은 외부로 갖고 나가 처리하지만 바닥에 쌓인 석면가루와 미세먼지 등은 청소원들이 철로 안쪽으로 쓸어넣어 버리는 게 보통이다. 지하철이 다닐 때마다 얼마나 많은 석면가루가 인체 속으로 스며들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 등 흡입장치를 이용해 외부에서 처리해야 마땅한 일이다.
석면 가루는 극도로 위험한 시한폭탄이다. 한번 인체에 들어가면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악성 중피종이나 폐암으로 발병한다. 많은 나라들이 제조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우리도 2009년부터 수입·제조·사용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건축자재로 사용된 석면이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지하철과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는 석면 자재가 노후화하면서 가루 형태로 계속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 환기시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환기 덕트 안에 석면 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지하철 석면 피해는 현장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만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석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역사 안 석면 가루와 미세 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종합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환자가 없다는 이유로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역사 외관을 꾸미고 치장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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