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4 19:52
수정 : 2008.01.14 19:52
사설
문화관광부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말 산하기관인 신문발전위원회에 지시해 ‘최근 신문산업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의 지시를 받은 문화부가 언론사 간부들의 신상자료를 인수위에 보고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새 권력의 등장에 발맞춰 본격적인 언론통제 계획이 가동된 듯하다.
신문산업 현황 보고서에는 유가부수 추정치, 신문구독 및 광고 수입액 등 신문사별 경영자료뿐만 아니라 방송사업 진출 추진 등 장·단기 사업계획과 부대사업 내용까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심지어 노사관계 실태와 새 경영진 선임을 둘러싼 내부 경쟁 정보까지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의 목적이 새 정부 언론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수위가 지난주 밝힌 신문법 폐지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가능해지는 등 신문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예상한 문화부가 신문업계 재편 과정에 적극 개입하기 위한 자료수집을 목적으로 보고서 작성에 나선 모양새다. 군사정권 때나 있었던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 보고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실이길 바란다. 하지만 인수위 관계자가 언론사 간부 신상자료 파악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여서 문화부의 행동과 인수위가 전혀 별개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수위는 왜 이런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지 그 까닭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문화부가 새 권력의 눈치를 보며 과잉충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인수위나 새 정부에 필요한 자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문발전위는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업무 지원, 신문발전기금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일반적 경영자료 외에 신문사의 내밀한 사정까지 조사해 문화부에 보고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이런 일을 일상적 업무로 한다면 신문발전위는 물론이고 문화부 또한 없는 편이 낫다.
정부의 언론정책 담당 부서는 새로운 권력의 등장과 더불어 입방아에 오른 적이 많다. 언론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새 권력자의 뜻과 관료들의 과잉충성, 조직확장 의도가 뒤엉킨 결과다. 국민은 이번 일을 보고 새 정부도 다르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집권 전 언론 자유를 주장했던 목소리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뀐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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