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5 18:55
수정 : 2008.01.15 19:49
사설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 저지선’(폴리스 라인)을 넘는 시위대를 전원 연행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를 넘은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이 좀 엄정하게 대처하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걱정스럽다.
경찰이 마련 중인 세부 방안에는 앞으로 대략 7∼8명의 소규모로 구성된 기동단을 만들어 경찰 저지선을 넘는 시위대를 검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경찰은 이런 폭력행위자는 응당 연행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물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 경찰 저지선을 단순히 넘었을 경우에도 모두 연행하겠다는 태세다.
문제는 이 방안이 실행될 경우 폭력행위 차단 효과보다 도리어 더 큰 불상사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흥분한 시위대가 우발적으로 저지선을 넘었을 때 경찰이 마구잡이로 연행하면, 참가자들을 자극해 시위가 오히려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경찰의 방안에는 시위진압을 위해 전기충격기·최루액·물대포 등을 적극 사용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전기충격기는 방아쇠를 당기면 최고 5만볼트의 충격을 짧은 순간에 가하는 것으로,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테러방지용 기구다. 이를 국민에게 사용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강제연행 과정에서 뜻밖의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경찰의 구상이 집회·시위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예사롭지 않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해 나간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와 더불어 민주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경찰은 혹시 이 헌법적 가치를 질서유지보다 더 하위가치로 여기거나, 집회·시위를 여전히 ‘진압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법과 질서는 지켜야겠지만 그것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찰은 강경대응에 앞서 집회·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왜 이 시점에 경찰이 굳이 강경방안을 검토하는지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행여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새 정부에 대한 ‘코드 맞추기’의 일환이라면, 경찰 스스로 자신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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