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6 20:07
수정 : 2008.01.16 20:07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8부 4처인 현재의 중앙 행정조직을 13부 2처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해양·정통·과기·여성·통일부와 기획예산처·국정홍보처를 다른 부처로 통폐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양·정통·과기 등 몇몇 부처의 폐지는 적절해 보인다. 그동안 업무 중복이 많았던데다 불필요한 규제로 통폐합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들이다. 지나치게 커진 총리실 규모를 줄이고 400여개가 넘는 각종 정부 위원회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성부 등의 존폐 여부는 단순히 조직 효율성만 따질 사안이 아니다. 아직도 요원한 양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목표에 비춰볼 때 보건복지부로 통합하는 것이 그 목표를 제대로 실현해갈 수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 든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만들기로 한 것은 공룡 부처 탄생을 걱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정책·예산·국고·세제 등을 한손에 틀어쥐기 때문에 지나친 힘의 집중을 가져올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 재정경제원을 신설했다가 견제받지 않는 경제 권력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이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온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정부 부처 수를 줄였지만 중요한 것은 ‘작은’ 정부보다 ‘효율적인’ 정부다. 인수위의 개편안이 정말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부처를 조금 줄이고 조직을 이리저리 갖다붙여 재조정하는 데 치우쳤기 때문이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인재과학부냐 교육과학부냐 하는 그런 것들은 수단에 불과하다. 인수위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것은 실제로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기능 개편과 업무 시스템의 혁신이다. 더불어 이러한 조직개편이 어떻게 국민 편익 증진에 기여하게 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 수를 7천명 줄이기로 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많지 않다. 국민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 기능이 약한 대신 상전 행세를 하는 공무원이 많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숫자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불필요한 조직의 군살을 빼서 저소득층·장애인·여성 등 관심이 소홀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인수위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인수위는 이번 안을 무조건 밀어붙이려 하기보다는 다른 의견을 지닌 정당과도 협상과 타협을 통해 최대의 공약수를 뽑아내야 한다. 정말 없어져야 할 부처가 공무원들의 로비로 되살아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일부 부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인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조직은 한번 개편되면 다시 바꾸기 어려운 만큼 국회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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