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7 19:53
수정 : 2008.01.17 19:53
사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가 어제 새 최고위원 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변화와 쇄신의 의지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계파와 세력 안배만 있을 뿐이다. 면면이 그렇다. 박명광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끄는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의 최측근이고, 유인태 의원은 친노무현 세력 몫으로 분류된다. 홍재형 의원은 탈당설이 나도는 충청권을 다독이려는 인사라고 하고, 정균환·김상희 현 최고위원은 각각 당에 합류한 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통합신당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박홍수 전 농림부 장관을 그나마 외부영입 인사로 내세우지만, 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이들이 외부 인사일 순 없다.
이런 인선을 두고 손 대표 쪽이 “쇄신을 위한 안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궤변이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안배’에서 어떻게 ‘쇄신’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저 계파별 지분을 앞세운 거래만 남을 게다. 이쯤 되면 손 대표가 취임 때 밝힌 ‘재창당의 각오’는 공염불이 된다.
버젓이 이런 인선 결과를 내놓은 것부터 국민을 가볍게 여긴 탓일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는 통합신당에 대한 국민의 엄혹한 경고로 봐야 한다. 사실상 사망선고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경고를 안이하게 넘겨 쇄신 대신 나눠먹기에 열중한다면,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지니고 지켜본 이들마저 당을 외면하게 된다. “신당이 기대에 많이 미흡하더라도 이대로 주저앉게 놓아둬서는 안 된다”는 강금실 전 장관의 호소도, 메아리를 찾기 힘들 터이다.
통합신당은 곧 외부인재 영입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적 전문가와 신망 높은 인사들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도부를 ‘나눠먹기’한 당에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기대하고 찾아올 외부 인재는 그리 많지 않을 게다. 그러잖아도 몇몇 인사들은 벌써부터 자신이 공천을 하는 양 으스대고 있다고 한다. 불난 집에서 튀밥 주워먹겠다는 격이다.
통합신당이 살 길은 달리 있지 않다. 진보의 가치와 내용을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몽땅 바꾸는 것이다. 당장의 세력 관계에 발목 잡힐 때가 아니다. 이번처럼 입으로는 쇄신을 말하면서, 몸은 계파와 기득권의 구태로 되돌아간다면 살 길은 그만큼 멀어진다. 자칫하면 총선까지 못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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