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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7 19:53 수정 : 2008.01.17 19:53

사설

원유 유출 사고를 비관한 태안 주민이 또다시 음독 자살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번째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사고 원인도 명확하고 피해 상황도 거의 드러났다. 정부와 사고 당사자들이 신속하게 방제작업을 하고 피해 보상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태안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정부와 삼성의 무책임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충남도와 태안군 쪽에 특별재난기금 300억원을 지급했고, 30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금도 25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태안군이 분배 기준과 방식을 정하지 못해 아직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 역시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놓고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액 산정과 보상에는 어차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피해자, 정부, 삼성중공업, 보험사 등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5년,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일단 충남도와 태안군은 주민의 생활고를 덜어줄 수 있는 긴급 생계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자살한 김아무개씨는 바지락을 캐서 그때그때 먹고 사는 소위 ‘맨손어업’ 주민이다. 사고가 난 지 41일이 되도록 생계비 한푼 못 받았으니 어려움을 능히 짐작할 만하다. 더는 탁상공론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시급히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절망감도 삶을 포기하게 만든 원인의 하나였을 것이다. 삼성은 정확한 사고원인과 피해액이 집계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세다. 보험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엿보인다. 삼성은 중과실이 아닌 경우 선주의 책임 한도를 500만달러로 제한하는 선주책임제한 보험을 들어놓고 있어 빠져나갈 길을 이미 마련해놨다. 그것을 믿고 시간을 끈다면 정말 낯뜨거운 일이다.

이번 사고는 피해 주민과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만의 자원봉사자가 나선 것도 그래서다.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태안을 지원하는 마당에 당사자인 삼성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면 주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이 조금이라도 이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책임있는 사과와 보상이 신속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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