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18 18:57
수정 : 2008.01.18 20:26
사설
지난해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0.4%로 겨우 절반을 넘겼다. 관객 수도 전년도보다 25%나 줄었고,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런 내리막 추세는 올해로도 이어져 첫주 한국영화 점유율은 30%대에 그쳤다. 10일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덕택에 40%대를 회복했다. 대중음악 시장의 내리막 추세는 이보다 더 심하다. 가장 많이 팔린 가요 음반 판매량은 2000년 196만장에 이르렀으나, 2005년 35만7천여장으로 급락하더니 다시 지난해엔 19만여장으로 꺾였다. 음반 제작사와 유통사는 절반 이상이 폐점했거나 개점 휴업 상태다. 가수들이 코미디나 개그 프로에 더 열중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런 가운데 아일랜드 영화 <원스>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제작비 1억4천만원, 촬영기간 불과 2주, 그리고, 주연 역시 연기 경험이 전무한 남녀 두 가수인 영화다. 이런 ‘초라한’ 영화가 관객 21만명을 끌 줄은 누구도 몰랐다. 독립영화로선 대박이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개봉관은 고작 두 곳이었으나 개봉후 80일쯤엔 140곳으로 늘었다. 또 영화 음악을 담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오에스티)은 지난해 3만6천여장이 팔려, 오에스티 음반에선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국외 팝 전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오에스티 분야 2위인 <라비앙로즈> 음반 판매량은 3900장이었다.
<원스>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가난한 음악인의 삶과 아픔,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그린다. 거기엔 눈부신 액션이나 극적인 설정이나 이야기도 없다. 단 하나 눈길을 끄는 건 두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게 하는 영화적 진실이다. 둘에게 노래는 상처를 치유하고, 영혼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물론 그들이 짓고 부른 노래가 <라비앙로즈>의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것보다 훌륭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음악적 진정성은 우리가 마음속 깊이 갈망했던 삶의 진실을 되살리고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섹스·폭력·코미디·엽기 등 말초적 자극에 열중해 온 한국영화. 음악성은 없고 꼭두각시 춤만 있는 대중음악. 대중을 문화의 향수자가 아니라, 팝콘 소비자쯤으로 얕잡아보는 것들이다. 그러니 대중이 외면할 수밖에. <원스>처럼 진정성 하나로 무장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팬들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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