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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0 19:32 수정 : 2008.01.20 19:32

사설

오늘로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45일째다. 생계를 비관해 자살한 태안 주민이 세 사람에 이른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주민들은 아직 생계지원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가. ‘태안’은 지금 재난 대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고발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행정기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8일 정부는 충청남도에 300억원의 특별재난기금을 내려 보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낸 성금도 280여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이 돈은 충남도의 금고 속에 갇혀 있다. 하루하루 절망으로 타들어가는 주민들의 가슴에 단비가 될 수 있는 돈이 사고 발생 달반이 지났는데도 묶여 있는 것이다.

우선은 충남도가 ‘돈이 너무 적으니 300억원을 더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면서 집행을 미루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련한 충남도의 지원금 배분안을 놓고 일선 시·군들이 반발하거나, 서로 제몫 챙기기에 나선 것도 작용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어제서야 “어렵사리 합의해 21일쯤 580억원을 시·군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건 이렇게 돼도 돈이 주민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시·군이 구체적인 배분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한다. 지자체가 이러면, 중앙정부라도 적절히 통제해야 하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돈은 있는데 집행이 안 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장이 ‘태안’의 모습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단 주민들에게 생계지원금부터 집행하는 게 순서다. 주민당 기껏 수십만원에 그치는 생계지원금을 놓고 지원 기준을 논하며 집행을 못한다는 건, 안이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절박한 처지를 도외시하는 행위다. 삼성중공업이 보상 문제에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항만관리 소홀, 초동 대응 미비 등 행정기관의 잘못도 적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점을 인식하고, 주민들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태안 등지에는 지금 어민 대표, 비어민 대표 등 여러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있다. 보상금 배분을 놓고 ‘민민 갈등’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주민들도 이런 소지를 막고, 원활한 보상처리를 위해 피해주민협의체 등 단일 창구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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