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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0 19:33 수정 : 2008.01.20 19:41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6일 통일부 폐지안을 발표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한나라당 관계자의 행태를 보면, 통일 문제에 대한 저급한 인식 수준과 즉흥적 접근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참여정부 정책 부정이라는 수준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다 보니 평화통일이라는 국가 과제가 천덕꾸러기처럼 되고 있는 것이다. 건국 이래 유례없는 일이다.

인수위는 “해외자원 개발, 투자유치 등을 주업무로 하는 특임장관이 남북관계 업무도 맡는다”고 말했다. 통일정책을 입안하고 총괄할 통일부의 머리와 팔다리·몸통 등을 분해해 고사시킨 뒤 팔 하나를 특임장관의 어깨에 붙이겠다는 식이다. 여론의 반발을 가라앉히려는 임기응변식 대응이라 하더라도 너무 치졸하다. 인수위 쪽은 “분단국가였던 서독에도 통일 전담부서가 없었다”는 틀린 말까지 했다. 진실을 호도해서라도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의도가 정말 뭔지 궁금하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방송에 나와 “통일부가 통일 문제를 이념적 차원이나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다루면서 방만하게 운영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통일부가 해 온 업무가 이념적·정치적 차원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객관적 시각에서 엄정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아니라 부정적 인식을 전제로 통일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음을 실토하는 발언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통일 문제도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 둘이 수군수군해서 될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대북교섭을) 밀실에서 왔다갔다 했다”라는 말도 했다. 남북 전담부서 사이의 통일 관련 교섭을 ‘밀실접촉’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이를 통일부 폐지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앞으로 통일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남북 당국간 만남이 가장 공식적인 것인데, 이마저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개 야당 정치인이라면 몰라도 곧 대통령에 취임할 사람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평화통일 노력 의무’를 방기하는 행태다.

통일 노력은 결코 외교로 대체될 수 없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의 모호한 대북정책 기조와 관련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게 틀어진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궤변에서 벗어나 역사와 민족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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