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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논의, 당리당략 떠나길 |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국회가 보안법 개폐에 관한 공식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개정안 제출은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10월 폐지안을 낸 것에 비하면 반년이 늦은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법사위를 점거해 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막고, ‘여당이 폐지 당론을 철회해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등 국민적 열망과 관심은 아랑곳없이 무성의한 자세를 보여왔다. 뒤늦은 개정안 제출을 보며 착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보안법이 시대착오적인 반인권법이라는 점에서 폐기돼야 한다고 누차 지적해 왔다. 따라서 체제 수호법이라며 개정안을 내는 데 머문 한나라당의 당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불고지죄를 처벌 대상에서 삭제하고, 찬양·고무 등의 적용 대상을 이적 목적으로 한정한 것 등은 현행 법보다 전향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당과의 협상용으로 쓴다며 보안법 명칭 변경과 ‘정부 참칭’ 표현 완화 등의 내용을 개정안에서 제외한 것은 정치적 거래를 앞세운 불성실한 태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안법 논의는 여야 견해차가 워낙 큰데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합의처리와 법사위 밖 별도기구 논의를 선호하고 있어 앞길이 그리 순탄찮아 보인다. 그러나 이 법의 폐지에 여야 의원 107명이 동의하는 등 의원들의 견해가 다양하다. 이를 수렴하려면 여야 대표 4인 회담식의 별도기구보다는 법사위와 본회의 또는 전원위원회 등의 공식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당론으로 묶을 문제도 아니다. 합의가 안 되면 표결하는 것도 원칙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세력을 국회 과반수로 만든 민의는 이 나라의 민주화를 완성해 인권문화국을 만들라는 것이다. 보안법 폐지는 그 상징과도 통한다. 남북 화해, 한겨레의 평화를 위해서도 이는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이런 시대적 사명을 새기기 바란다. 보안법은 당리당략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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