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1 20:01
수정 : 2008.01.21 20:01
사설
경북 청도가 군수 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첫 민선 군수가 2004년 말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줬다가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 후임자가 군 예산에서 나온 돈을 공무원과 군의회 의원 등에게 건넸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도하차를 했고, 지난해 12월 재선거로 뽑힌 현재 군수마저 유권자들에게 조직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뽑힌 군수들이 낙마한 사유를 보면 지방선거에서 빚어질 수 있는 온갖 비리를 다 모은 듯하다.
이번 재선거 금품살포 의혹은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금품 수수에 연루된 선거운동원만 400∼500명이라 하고, 돈을 받은 유권자들도 5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한태 군수 말고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도 18명에 이른다.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됐던 선거운동원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군 전체가 흉흉해졌음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몇몇 개인의 잘못을 탓할 게 아니라, 선거 풍토나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선거를 치르는 지역 공동체가 돈선거에 취약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청도의 경우, 유권자가 3만9천여명에 지나지 않아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면 1만명 정도의 지지만 확보해도 군수에 당선될 수 있다고 한다. 인구가 적은 선거구에선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같은 성씨가 모여 살아 선거 때마다 씨족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일족이 아닌 후보한테는 대접을 받지 않으면 표를 찍어주지 않는 풍토도 공공연했다고 한다. 돈선거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분위기와 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문제가 청도군에만 있는 일은 아닐 게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봉화군에선 지난해 불법선거 혐의로 15명이 구속되고 139명이 입건된 바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금품 살포가 적잖이 적발됐다. 불법 금품수수에 50배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선거법의 엄중한 처벌이 풀뿌리에 해당하는 지방선거 풍토까진 아직 온전히 바꾸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청도군과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자면 이런 선거문화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만연한 돈선거 행태를 적당한 선에서 눈감거나 선거를 통해 사익을 얻으려는 선거꾼의 처벌을 망설일 일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더 큰 불법만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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