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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2 19:40 수정 : 2008.01.22 21:51

사설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이어 사실상 두번째 정책으로 어제 대입 자율화 추진 3단계 이행표(로드맵)를 발표했다. 정부조직이야 새 정부 운영의 방향을 정하는 틀이므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대입정책이 첫번째라 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나무랄 건 없지만, 문제는 식견도 겸손함도 부족한 권력자에 의해 누더기가 되어가는 교육정책이다.

3단계 이행표의 내용은 이미 예고됐던 것들이다. 1단계에선 대학 입시 정책을 대학 협의체에 넘기고, 2단계에선 수능 과목을 줄이고, 3단계에선 대학입시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수능 등급제를 시행 1년 만에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제기됐던 합리적인 지적과 이성적인 의견에는 인수위가 아예 귀를 닫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이행표 문제는 새삼 거론해 봤자일 게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점수 위주의 학생선발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의 잠재력을 발굴하는 선진화된 전형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거나, “학생의 특성을 계발하는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 학생이 불필요한 학습부담 없이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인지는 삼척동자도 잘 안다. 수능의 난이도를 줄였더니 논술을 도입했고, 수능 등급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본고사형 통합논술 고사를 실시한 게 이른바 주요 대학들이었다. 성적순 선발과 대학 서열화를 통해 기득권을 쌓은 이들이 잠재력 발굴형 선발제도를 도입할 거라고 믿을 사람은 없다.

사실 인수위원들도 믿지 못하는 듯하다. 인수위는 본고사 부활을 우려해서인지, 대학 협의체의 자율규제를 거듭 강조했다. 대학교육협의회법 등을 제정해 본고사 부활을 금지시키고, 논술시험에 대해서도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규제의 주체만 바뀔 뿐 규제는 살려두는 셈이다. 게다가 법적 효력을 부여한다 해도 민간협의체는 협의체다. 실효성 있는 통제는 기대할 수 없다. 주요 대학들은 이미 학생선발에 개입하지 말라고 대교협에 다그친 바 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성적순 학생 선발 제도이고, 이를 주도해 온 이른바 주요 대학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이들의 강짜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교육정책의 뼈대를 삼았다. 이건 대학자율이 아니다. 대학방임 로드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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