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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2 19:42 수정 : 2008.01.23 11:47

사설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의 자세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기업답지 않다. 최근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은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회사 자료를 파기하거나 감추고 있다고 한다.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다. 그런 일에 내몰리는 직원들도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특검이 확보하려는 여러 증거를 없애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면 범죄행위일 수도 있다.

삼성은 전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차명계좌 폭로 이후 치밀하게 증거를 없애 온 듯하다. 김 변호사가 삼성 본관 27층에 있었다고 밝힌 ‘비밀금고’는 특검 압수수색에서도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 2003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그 존재를 인정했던 것이 어느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과 자택 등도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수사받는 당사자가 불리한 증거를 내놓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면 삼성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 달 초 임직원에게 구조조정본부 관련 자료 등을 모두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등에서도 많은 자료를 없앴다고 한다. 삼성에스디아이의 경우 직원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있던 자료를 별도의 서버로 모두 옮기고, 특검의 압수수색이 있을 경우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챙기고 몸수색에 응하지 말라”는 등의 행동지침까지 교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이 업무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이런 움직임을 통상적인 보안점검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검 수사에 대비한 조직적인 증거 없애기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동안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그럴 이유가 전혀 없을 터이다. 더욱이 불법 비자금 조성 등 범죄 혐의와 연관된 자료를 없앤 것이라면 가벼이 보아넘기기 어렵다. 증거인멸은 범죄행위다. 누가 그런 지시를 한 것인지, 어떤 자료를 왜 없앴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도 압수수색 등을 통한 증거 확보에 곧바로 나서지 않아 삼성에 시간을 벌어줬다. 삼성 쪽이 증거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면 검찰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검찰은 즉시 수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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