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2 19:44
수정 : 2008.01.22 19:54
사설
북한이 어제와 오늘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철도협력분과위 1차 회의를 연기했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남북 관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달 개최를 목표로 한국과 미국이 추진해 온 6자 수석대표 회담도 다음달 이후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반 이후 활발하게 진전된 6자 회담과 남북 관계 모두 동결 조짐을 보이는 심상찮은 상황이다.
남북 관계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모호한 대북정책 기조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10·4 남북 정상선언을 존중한다면서도 대규모 남북경협 사업은 북핵 문제 해결과 연계해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했다. 북쪽으로선 여러 남북 회담의 실효성을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새 대통령 취임 이후인 3~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동안 남북 관계는 어렵게 쌓아올린 성과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6자 회담이 지체되는 직접적 이유는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둘러싼 북-미 갈등이다. 여기에다 임기를 불과 한달 남짓 남긴 우리나라 정부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과거 회담이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우리나라가 현실적 타개책과 새 동력을 제공한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북핵 폐기 이후의 계획만을 되풀이할 뿐 핵 폐기까지 회담 진전을 이끌 만한 아무런 제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주 회견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더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 방법론으로 한-미 동맹 강화에만 집착하는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인수위 주변에서는 미사일방어 체제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검토 등 6자 회담과 한반도 평화를 뒤흔들 수 있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행태들이 알게 모르게 6자 회담과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6자 회담과 남북 관계가 동결 상태에 들어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권력교체기라는 이유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가 정부와 협력해 6자 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남북 정상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하는 일이 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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