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3 20:21
수정 : 2008.01.23 20:21
사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한국노총을 찾아 이용득 위원장 등을 만났다. 대선 이후 이 당선인은 재벌총수 등 사용자 쪽과는 긴밀히 만났으나, 노동계와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노동계‘홀대 아니냐’는 불편한 기류가 강했다. 특히 지난 대선 시기에 ‘정책연대’를 내세우며 이 당선인을 지지한 한국노총은, 재계는 두루 만나면서도 인사치레조차 없다는 불만까지 겹쳐 한때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의 한국노총 방문을 두고 ‘노동계 달래기’란 풀이가 나온 건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재계 일변도 행보를 보인다는 여론도 이 당선인이 뒤늦게 노동계와 접촉에 나선 배경이 됐을 것이다. 이런 기류를 다분히 의식한 듯 이 당선인은 이날 만남의 상당 부분을 우호적 태도 속에서 해명과 당부에 할애했다. 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에는 노사가 다 들어가 있다. 노동자 없는 기업인도 없고 기업인 없이는 노동자도 없다”고 말했다. 이유와 경위가 어떻든 이 당선인이 뒤늦게라도 노동계와 만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이 당선인과 노동계와의 만남은 좀더 생산적일 필요가 있었다. 인사치레에 그치기에는 ‘대불공단의 전봇대’ 못지않게 팔을 걷어붙이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노동계의 현안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당선인과 한국노총의 이번 만남이 적어도 우리 사회가 해결에 나서야 할 노동현안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서로 확인하는 자리이길 바랐다. 이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그간의 행보에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새해 인사회에서 “노사분규가 심한 기업의 노동자가 봉사자 같은 기분으로 자세를 바꾸면 10% 성장이 어렵겠느냐”는 말을 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주로 노동자가 양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인수위도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 규제완화 등 이른바 ‘친기업가적 정책’을 줄줄이 발표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나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에 따른 노동문제 등 현안에 대해선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만남도 예외가 아니었다. 29일 이 당선인은 민주노총과 만난다. 그 만남은 좀 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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