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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3 20:22 수정 : 2008.01.23 20:22

사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비롯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금융공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3.5%로 대폭 낮췄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관적인 전망만 더 쏟아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1997년 우리가 겪었던 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잇따른 외환위기를 훨씬 넘어서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 24대 은행이 지난해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손실 처리한 자산만 13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세계 금융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는 “60년 만의 최대 위기”가 되리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실물경제 동향도 심상찮다. 주택가격 하락과 이로 말미암은 신용경색으로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위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가 그나마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중국의 고도성장 덕분이다. 하지만 중국도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또 미국의 소비감소가 본격화할 경우 중국의 수출산업이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우리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게 확실하다.

정부는 사태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주가 하락을 걱정하거나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이라는 원치 않는 상황에 맞닥드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을 동원해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은 근시안적 대책이다. 사회 안전망인 국민연금을 정부 마음대로 주식시장에 쏟아붓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그렇게 해서 효과를 볼지도 의문이다.

국민에게도 근거없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형 구조라서 국외시장 동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또 미국 금융위기가 주택시장 거품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과 똑같이 집값이 급등했던 우리는 부동산 거품을 아직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위험 관리는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개인도 스스로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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