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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4 20:00 수정 : 2008.01.24 20:00

사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 밀려 후퇴하던 군·경이 국민보도연맹원들을 곳곳에서 집단으로 학살한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참혹한 비극이다. ‘뿌리뽑고 씨말리기’로 표현될 만큼 무차별 학살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많게는 희생자가 2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유족들은 여러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피해를 당한 사실마저 숨기며 살아야 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1950년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국가권력이 저지른 당시의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제라도 유족들의 맺힌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바란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 대표자로서 사과한 바 있다. 이번에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넘어, 지금까지 국가가 저지른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사과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나라의 공식적인 약속이다. 그 약속은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들도 마땅히 지켜야 한다.

노 대통령 말대로 “억울한 분들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해서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것은 훼손된 국가권력의 도덕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러려면 이런저런 이유로 감춰져 온 과거사의 진상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사과도 의미가 있고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 과거사 정리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진상규명과 그 후속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 과거사 정리작업이 제법 진척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비로소 진상이 밝혀졌다. 국가정보원·경찰·군 등도 자체적으로 과거사 정리에 나서 꽤 성과를 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남은 일은 이제 진실·화해위원회의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걱정스런 점이 적지 않다. 국정원 등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자료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진실·화해위원회를 제정법이 정한 활동시한까지만 존속시키겠다고 밝혔다. 과거사 정리작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묻어난다. 화해를 위한 노력을 중단시키는 것은 또한번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새 정부는 긴 안목으로 이 문제를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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