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5 19:44
수정 : 2008.01.25 19:44
사설
해마다 이맘때면 스위스의 작은 겨울 휴양도시 다보스에 내로라 하는 세계의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든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국가원수 27명, 세계 100대기업의 최고경영자 74명, 장관 113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눈길 끄는 대목은 무엇보다 ‘세계화 전도사의 집결체’로 불리는 이 포럼에서 세계화의 위기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거나 신자유주의 성격 수정까지 제안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나온 점이다. 이 포럼이 수년간 예찬했던 게 바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였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따른 불안의 반영으로만 풀이하기엔 발언 내용들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류다.
“지금 세계 지도자들은 가난한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이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이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레브 레비브 아프리카 이스라엘 투자회장), “2008년은 보호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이념을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파스칼 레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특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부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누릴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론을 주창했다. 그는 “세계가 나아지는 속도가 너무 더디고,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자본주의가 부유한 사람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발언들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흐름에 대한 근본적 노선 수정을 주창한 것이란 해석은 물론 성급하다. 하지만 적어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과 인식의 변화를 나타내는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흐름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다수의 약자를 소외시키는 역기능을 보여 왔다.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이런 문제를 방치한다면 자본주의가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자성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규제 완화, 세금 감축, 공기업 민영화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의 정책방향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다보스포럼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또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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