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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5 19:45 수정 : 2008.01.25 19:45

사설

한나라당이 며칠 전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방통위법)에는 방송과 통신을 장악하려는 새 집권세력의 분명한 의지가 실려 있다. 지난해 초 비슷한 법안을 정부가 내놨을 때 강하게 비판한 한나라당 사람들이 집권에 성공하자 태도를 바꿔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할 5명의 방통위 상임위원 가운데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했다. 다른 3명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추천한다.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경우 정부·여당 몫이 4명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말로만 ‘합의제 행정기관’이지 사실상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독임제 기관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에는 대통령이 방통위를 손에 틀어쥐고 방송·통신 정책을 좌우하게 될 게 뻔하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는 정부조직법을 내놨을 때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의 임무는 막중하다. 방송·통신사의 허가·취소는 물론 공영방송의 경영진도 사실상 방통위가 결정한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만들어내고 집행하는 일도 방통위의 몫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의 자산인 방송·통신이 권력이나 사익이 아니라 공공성·공익성의 원리에 맞게 운용되도록 틀을 잘 짜야 한다. 방통위의 독립성이 제1 원칙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방통위법 역시 제1조에서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했다.

새 집권세력은 신문·방송 겸업 허용과 공영방송 민영화 등 공익보다는 산업육성 논리와 시장질서를 앞세우는 정책을 주장해 왔다. 이들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방통위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권력이 방송·통신을 장악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는 과거 군사정권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방통위법이 본보기로 삼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헌법에 바탕을 둔 독립적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정치적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방통위법을 폐기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국회는 위원 선임 방식과 예산권에서부터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새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는 이미 여야가 합의해 만든 방송통신 특위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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