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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7 20:43 수정 : 2008.01.27 20:43

사설

교육 전문가 없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역주행이 갈수록 심각하다. 인수위는 내년부터 농어촌 지역에 설립하겠다고 하는 기숙형 공립학교에서부터 영어로 모든 교과목을 가르치는 몰입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맞장구라도 치듯 시도교육감들은 엊그제 몰입교육의 신속한 확대를 주문했다. 영어 하나를 위해 중등교육 전체를 희생시킬 작정인가 보다.

몰입교육은 1960년대 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서 홍콩이나 필리핀 등 극소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영어를 국어나 공용어로 사용하는 곳이니, 몰입교육 운운할 필요도 없는 나라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나라에선 이런 형태의 교육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효과 분석도 없긴 하지만, 몰입교육이 학생의 수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수업을 부실화시킬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 대학에서도 몰입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수업 부실화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003~2005년 3년간 1등을 차지했고,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도, 비영어권에서 영어소통 능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 꼽혔다.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주일에 2시간씩 영어로 영어수업을 진행할 뿐이고, 텔레비전에서 영어 드라마·영화 등을 방영할 땐 더빙을 하지 않고, 핀란드어 자막을 띄우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할까. 학력평가 시험이 없다는 점도 다르긴 하다. 경쟁은 학습의욕만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몰입교육의 가장 끔찍한 결과는 우리말 파괴다. 사람은 제 나라 언어로 사고하고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갑자기 영어로 사고하고 인식하도록 요구받는다면, 그의 지적·문화적 역량은 뿌리뽑힌다. 요즘 기업체의 사원 선발 때 중시되는 게 우리말 능력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 ‘국어 능력이 뛰어난 사원이 대체로 일을 잘한다’(75%)고 답했으며, ‘매우 그렇다’(9%)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미흡한 업무 능력은 외국어(6%)가 아니라 국어(19%)였다.

인수위는 신중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성적순 입시제도부터 혁파하고, 맞춤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실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고, 우수 교사 육성과 지원에 혁신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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