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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8 19:38 수정 : 2008.01.28 19:38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국무회의 발언에 이어 관련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뜻도 다시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심의할 임시국회 소집 첫날 이런 말을 했다. 국회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 이에 영향을 끼칠 말을 했으니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물론 대통합민주신당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국회 논의를 왜곡시킨다고 비판한 터다. 노 대통령은 잘못을 지적하기 앞서 자신의 발언이 자기만 옳다는 아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살펴야 했다. 이런 발언이 자칫 개편안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을 게다. 퇴임을 앞둔 노 대통령으로선 먼저 국회가 활발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은 자세다.

그렇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관련 법에 무조건 서명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 물러날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 도의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도의 문제는 있다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 말마따나 떠나는 대통령이라 해서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받는 게 당연하다고는 할 수 없다. 선거가 싸움이고 승부라면, 그건 패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따지자면, 새 정부가 곧 출범해야 하니 장관 임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국회는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도 서둘러 공포하라는 주장 자체가, 절차나 원칙보다는 정치적 편의만 앞세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장차 국정에 큰 영향을 끼칠 사안이다. 다양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의 검토를 거쳐 제대로 다듬는 게 마땅하다.

이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급이 잇따르는 것은 국회가 제 할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다고 봐야 한다. 개편안에 대한 논쟁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현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에서 정당들이 벌여야 할 일이다. 그러자면 예비 여당인 한나라당은 원안대로 통과해야 한다는 고집부터 버리고 열린 자세로 토론에 나서야 한다. 통합신당도 정치적 절충에 앞서 적극적으로 토론의 장을 확대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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